[HCI][UX][도널드 노먼의 인간 중심 디자인] Chapter 6. 인프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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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노먼의 인간 중심 디자인

Chapter 6. 인프라의 힘

이 장에서는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프라’라는 용어는 하나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데 요구되는 기본 서비스와 기반을 칭하는 말로, PC의 경우 컴퓨터 칩과 운영 체제가 대표적인 인프라이다. 인프라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고, 우리는 인프라에 대해 잘 생각하려고 하지도 않지만, 인프라는 인간의 삶에 꼭 필요한 존재이다. 또한 인프라는 기술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으며, 이 인프라의 구축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번 인프라가 구축되고 나면 변화를 주거나 없애는 일은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여기서 ‘대체 가능한 상품’‘대체 불가능한 상품’에 대해 알아보자. 대체 가능한 상품은 채소, 옷, 가구 같은 제품을 말하며 시장 중심의 경제를 가지고, 여러 회사들이 경쟁 속에 안정적으로 공존한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시장의 경우, 그 제품이 좋고 나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체 불가능한 상품을 제공하는 회사는 시장을 독점하고, 소비자는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 대체 불가능한 상품이 바로 ‘인프라’이다.

책에서는 정부가 대체 불가능한 인프라를 직접 관리할 수 있을 때, 산업의 기초는 안정성을 갖게 되고, 이 인프라 위에서 대체 가능한 제품이나 기술이 서로 경쟁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인프라의 표준화는 하나의 산업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한다.


이제 PC 세계에서 인프라의 영향에 대해 살펴보자. 대체 가능한 상품과 대체 불가능한 상품의 차이는 첨단 기술의 제품을 생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상품, 즉 인프라로 인한 선택의 제한은 PC의 복잡성을 증가시켜 왔다. 새로운 표준에 맞춰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제품들은 곧 호환되지 않는다. 이는 끝없이 반복되는 덫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인터넷’은 정보 공유를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확립되어 왔다. 인터넷은 정보에 대한 대체 가능한 시장의 제공을 약속한다. 이는 PC의 대체 불가능한 정보 구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번에는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첨단 기술의 세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특성들이 사용 방식을 확장해주기도 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어포던스’라는 개념이 있다. 어포던스는 본래 물리적인 대상에 부여되는 속성으로, 가능한 행동의 집합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돌이나 바위는 우리가 옮길 수도 있고, 굴릴 수도 있고 차거나 만지거나 앉아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돌이 이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포던스는 특성이 아니며, 이는 하나의 대상과 그것을 다루는 사람 사이의 관계이다. 같은 대상이라고 해도 각 개인에 따라 다른 어포던스를 갖게 될 수 있다. 내가 던질 수 있는 돌을 한 살 짜리 아이가 던질 수는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이 어포던스라는 개념이 디자인으로 확장된 후, ‘실제 어포던스’와 ‘지각된 어포던스’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로 어떻게 이를 다루어야 할 지를 말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지각된 어포던스이다. 여기서 실제 어포던스와 지각된 어포던스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각된 어포던스는 사용성 증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개념이다. 디자인의 향상이 항상 지각된 어포던스의 증대를 일으킨다고 할 수는 없다. 지각된 어포던스는 실제보다는 관습이나 인습에 더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어포던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토록 길게 하느냐? 미디어의 어포던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미디어 또한 어포던스를 갖는다. 편지, 팩스, 이메일 같은 상호작용적 문자 미디어는 ‘심사숙고’라는 행위를 유발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반해, 전화, 컴퓨터, 대화같은 실시간 상호작용 미디어는 심사숙고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서 ‘인위적 기술’‘자연적 기술’에 대한 개념이 나온다. 책의 저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는 경우를 예로 든다. 우리는 여행을 가서 풍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사용한다. 이 카메라는 인위적 기술이다. 찍는 순간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이는 예술 혼이 깃든 사진 한 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진가들의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풍경을 담기 위해 스케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그 결과물은 사진보다 불완전하고 부정확할지언정,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사람은 생각을 하고, 사색을 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적 기술이다. 카메라를 통해 간단히 사진을 찍는 것보다 정성과 시간을 들여 그림을 그리는 것이 우리 뇌리에 훨씬 더 깊게 남을 지도 모른다. 앞서 이야기한 메모와 같은 문자 미디어와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우리가 생각을 하게 한다는 관점에서 비슷하다. 그리고 그 생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는다.


기술은 부분적인 문제만 치유해줄 뿐이지, 해답을 주지 못한다. 기술은 우리가 쉴 수 없게 한다. 현대의 기술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우리의 삶을 방해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 해방 지역을 원한다. 기술이 우리의 삶 속으로 침투하여 우리를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할 때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 이제 정리해보자. 우리는 ‘인프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여기까지 왔다. 서로 다른 인프라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갖는다. 만약 하나의 통일된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신경써야 할 것이다. 정보가전처럼 특수한 인간 활동에만 적합한 가구들이 하나의 통일된 인프라 하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다면, 인간은 환경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의 보조에 맞춰 일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자연적 기술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이것이 바로 인프라의 중요성이다.

책의 마지막 구절을 실으면서, 포스팅을 마치겠다.

인간이 기술을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이상 기술 해방 구역을 설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가 만인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국제 표준이라는 인프라를 마련할 수만 있다면, PC의 횡포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제조사들이 정보가전이 생존할 수 있는 시장을 세울 수만 있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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